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무척 많이 듣지만 대답하기도 그만큼 어려운 질문이다. 이 둘을 구별할 때 도움이 되는 기준은 바로 ‘상황과 환경에 따라 정서 조절의 어려움을 겪는 정도가 달라지느냐 ’다.
번아웃에 빠진 사람은 주로 업무와 관련된 일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직장 외의 환경에서는 그럭저럭 이전과 비슷하게 생활한다.
영은씨처럼 출퇴근하면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고 일할 때는 과민해지지만, 퇴근 후에는 이런 증상이 한결 덜해져 가족들과 원만하게 지내고 주말에는 긴장을 풀고 여가 시간을 즐기는 등 비교적 여유로운 상태가 된다. 이럴 때는 일을 줄이거나, 부서를 옮기거나, 휴직, 이직하는 등 업무 환경 변화와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어느 상황에서든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다. 우울증은 일, 육아, 질병,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도 있고, 눈에 띄는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거의 매일 지속적으로 우울해하거나 불안해하고 의욕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며, 일과 대인관계 등 일상 전반에서 정서 조절이 어렵다.
짜증과 변덕으로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과도 다투는 일이 잦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도 흔하다. 피로나 불면, 과수면, 식욕 변화 등 생리적 변화와 자살 사고도 번아웃보다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만약 우울증에 걸린 상태가 맞다면, 충분히 쉬는 동시에 상담이나 치료 등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솔직히 진료할 때는 두 상태를 칼같이 나누기 애매할 때가 많다.많은 이들이 번아웃이라고도 우울증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 일이든 공부든 육아든 너무 버거운 일을 감당하다 보면 마음이 지치고, 자연히 매사에 짜증이 나고 우울해지며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되기 마련이다. 점차 일상 전반이 힘들게 느껴지고, 이런 상태가 심해지면 우울증까지 닿는다.
변덕과 짜증으로 마음이 고통스럽다면 무엇보다 먼저 내 마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 언제부터 내가 쉽게 불안해지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는지, 어떤 상황이 유독 고통스러운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보자.
믿을만한 지인들에게 요즘 자신이 어때 보이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내 마음을 살피는 과정 없이 그저 힘든 상황을 버티기만 하면, 충동적이고 쉽게 짜증을 내는 모습이 일종의 성격처럼 굳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마음의 고통이 견딜 수 없이 심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힘겨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도록 변화의 길을 적극적으로 찾는 게 바람직하다.
나를 지치게 하는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한 작은 노력들과 더불어, 지친 마음을 다독여줄 휴식 방법을 모색해보자.